[책마을] 시작부터 톡 쏜다…'여성 술꾼들'로 풀어낸 인류사

입력 2023-06-23 17:53   수정 2023-06-24 00:52

시작부터 호쾌하다. 최근 국내 출간된 <걸리 드링크> 표지를 펼치자마자 캔맥주 고리를 막 젖힌 듯 탄산감 가득한 문장을 맞닥뜨렸다. “여성과 술에 관한 역사책이 한 권도 없다고 불평하는 나를 향해, 그럼 한 권 써버리라고 말해준 로렌에게.” 속표지 속 헌사가 보여주듯 이 책은 여성과 술에 관한 역사책이다. 소재는 감각적이고 문장은 시원하다.

술을 빚고 팔고 마신 여성들의 역사를 살펴보는 건 인류사를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메소포타미아인은 술의 여신 닌카시를 섬겼다. 인류 역사상 자신의 이름을 남긴 최초의 시인 엔헤두안나는 여성인데, 닌카시를 비롯한 신들을 찬양하기 위해 점토판에 쐐기문자를 새겼다. 술과 여성의 역사, 신화와 문학은 이런 식으로 어우러진다. 이 밖에 와인과 맥주를 빚은 중세 수녀들, 보드카 제국을 건설한 예카테리나 2세, 금주법 시대에 맹활약한 밀매업자 등 ‘여성 술꾼’들의 이야기는 잘 익은 술처럼 근사하다.

여성 음주의 역사는 금기와 차별, 억압의 역사와 이어진다. “책을 쓰기 위해 연구를 하면서 여성의 음주를 허용하는 문화와 여성의 자유를 허용하는 문화가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여성 음주의 역사를 알게 되겠지만, 그 음주가 언제 어떤 이유로 금지됐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떼고 보더라도 읽을거리가 풍성한 책이다. 술 자체가 워낙 문제의 액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원서가 2021년 현지에서 출간된 뒤 이듬해 ‘가디언’에서 ‘역사와 정치’ 분야 최고의 책으로 선정하는 등 호평받았다.

저자는 뉴잉글랜드 출신 시나리오 작가이자 장르영화 제작자인 맬러리 오마라. 할리우드 괴물과 잊힌 여성들의 문화사를 다룬 <더 레이디 프롬 더 블랙 라군(The Lady from the BLACK LAGOON)>을 통해 본격적으로 출판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알코올과 여성을 주제로 수천 년의 역사를 정리한 저자가 꼽은 최고의 술은 뭘까. 저자가 생각하는 여성을 위한 술은 뭘까. 그 답은 책을 다 읽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디제스티프’(식사 후 디저트처럼 마시는 술)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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